[사진출처: 정책브리핑]
대통령실이 고위공직자 인사에 국민 참여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차관, 그리고 공공기관장 후보를 국민이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추천제’를 6월 10일부터 본격 시행하면서, 행정부 고위 인사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온 ‘국민주권 국정 운영’ 기조의 일환으로, 인사권의 일부를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이를 ‘진짜 일꾼 찾기 프로젝트’라 명명하고 대국민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국민추천제는 특정 직위에 대해 국민이 직접 인물을 추천할 수 있는 제도다. 추천 대상은 장관·차관·공공기관장 등으로, 해당 인물의 자격과 역량을 판단해 대통령실에 추천서를 접수할 수 있다. 추천 접수는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국민추천제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대통령실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이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능하다. 접수 기간은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이다.
추천을 위해서는 추천 직위(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와 피추천인의 인적사항(이름, 생년월일, 성별, 연락처 등), 그리고 추천인의 정보(이름, 연락처, 이메일 등)를 기재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개인이 특정 인사를 추천하는 것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지원할 수 있다”며 제도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추천된 인사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거친다. 해당 절차에서는 도덕성, 전문성, 직무적합성 등 다양한 항목이 평가된다. 이후 내부 검토와 외부 검증을 통해 적격 판단이 내려지면, 해당 인물은 고위공직 후보군에 포함되고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거쳐 임명될 수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추천제는 말 그대로 국민이 직접 인사를 제안하는 제도”라며 “기존 폐쇄적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국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집단지성을 통해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하고, 인사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개인 SNS를 통해 “국정 운영의 주체는 국민”이라며 “정치란 국민이 함께 참여할 때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이번 제도를 두고 ‘한국형 개방형 인사제’의 출발점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그동안 고위공직자 인사는 내부 논리와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밀실적으로 이뤄졌던 경우가 많다”며 “국민이 추천한 인재가 공정하게 검증되고 실제 임명까지 이어진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효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더퍼블릭 등 일부 매체는 “국민의 참여를 받는다는 형식은 갖췄지만, 검증 기준이 불투명하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실 내부 인사 라인에서 결정된다면 기존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추천된 인사가 얼마나 최종 임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대통령실 역시 구체적 반영 비율이나 기준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정치학자 김혜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추천 과정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라며 “검증 절차의 투명성, 정치적 중립성, 공정한 결과 도출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 신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추천 접수 마감일인 6월 16일 이후 검증 과정을 거쳐 주요 고위직 인사 명단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공공기관장 등 개방형 직위 외에도 중간관리자급, 실무형 인사까지 점차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추천제는 명분과 취지 면에서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지만, 실질적인 운영 방식과 결과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제도적 정착을 위해선 제안된 후보가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수적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민 참여형 행정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