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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방치하면 위험하다

목화신문 기자 입력 2025.06.11 15:31 수정 2025.06.11 15:31

집중력 문제부터 사회적 손실까지…약물·행동치료 병행이 관건

[사진출처: AI생성]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오랫동안 아동기에 국한된 질환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성인기에도 증상이 지속되며, 심각한 사회적·개인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도 성인 ADHD에 대한 진단과 치료 필요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보건의료계는 보다 정밀한 진단 체계와 맞춤형 치료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성인 ADHD는 단순한 주의력 문제를 넘어, 직업 유지의 어려움, 대인관계 충돌, 감정 조절 실패, 심지어 교통사고나 자해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 광범위한 위험성을 내포한다. 과거에는 학습장애나 아동기 문제로만 취급되던 ADHD가 이제는 전 생애에 걸쳐 관리가 필요한 신경발달장애로 재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성인 ADHD, 증가하는 진단과 치료 사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ADHD 치료를 위해 약물을 처방받은 성인 환자 수는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진단 기준의 확대와 함께 사회 전반에서 ADHD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표적인 진단 기준인 DSM-5에서는 17세 이상 성인의 경우, 주요 증상이 5개 이상 지속되고, 두 가지 이상의 생활영역(가정, 직장, 사회관계 등)에서 기능 저하를 유발하면 ADHD 진단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태훈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들은 흔히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감에 쫓기며, 지시를 무시하거나 잊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증상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를 회피하거나 방치할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중독 등 2차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 성인 ADHD의 치료 1선
성인 ADHD 치료의 1차 선택지는 약물치료다. 대표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제품명 콘서타, 메디키넷 등)와 아토목세틴(스트라테라 등)이 사용되며, 최근에는 리스덱스암페타민(엘바이 등) 같은 새로운 자극제 약물도 주목받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해 집중력과 실행기능을 개선하며,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난다. 반면 아토목세틴은 자극제가 아니므로 남용 위험이 낮고, 불안이나 수면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는 보다 안정적인 처방으로 선호된다.

이들 약물은 60~70%의 성인 환자에게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이며, 장기 복용 시 교통사고·산업재해·자살시도 등의 위험성을 현저히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ADHD 치료 약물 복용군이 미복용군보다 교통사고 발생률이 40%가량 낮았다는 통계도 보고되었다.

다만, 약물치료에는 수반되는 부작용과 오남용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불면증, 식욕 저하, 두통, 심계항진 등이 대표적이며,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의존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고용량 장기 처방에 대해 일정한 규제와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비약물적 접근의 병행, 치료 효과 극대화
약물치료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인 ADHD 치료의 핵심은 약물과 함께 인지행동치료(CBT) 및 다양한 비약물적 접근을 병행하는 데 있다. 이 치료법은 주의력 부족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기능 저하를 구조적으로 재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우선 ‘시간 관리 훈련’, ‘일정 관리 및 기록 습관화’, ‘감정 조절 기법’, ‘과잉반응 억제 기술’ 등을 교육한다. 예를 들어 일일 계획표 작성, 체크리스트 활용, 목표 분할 설정 등은 실질적으로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감정 폭발이나 충동적 행동을 줄이기 위한 명상, 운동, 규칙적 수면 습관도 치료의 한 축으로 강조된다. 일부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집단치료를 통해 유사 증상을 겪는 환자 간의 경험 공유와 상호 피드백을 장려하기도 한다.

AI 진단, 디지털 치료제…새로운 흐름
최근에는 AI 기반의 진단 플랫폼과 디지털 치료제(DTx) 기술이 성인 ADHD 치료에 적극 도입되고 있다. 예컨대 디지털 치료제 AKL-T01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게임형 집중력 훈련 앱으로,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을 목표로 개발되었다.

국내에서는 정신건강 스타트업들이 뇌파 분석, 유전자 기반 반응 예측 등 정밀 진단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는 앞으로 단순한 약물 중심 치료에서 벗어나 ‘증상 패턴별 맞춤 조합 치료’로의 진화를 예고한다.

서울아산병원 정신의학센터에서는 최근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환자의 약물 반응 예측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수면 패턴, 감정 변화, 행동 리듬 등을 통합 관리하는 차세대 치료 통합 플랫폼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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